“Blue fairy, please, please make me a real boy…(푸른 요정님, 제발, 제발 제가 인간이 되게 해주세요)”

 

2001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영화 [A.I.]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입니다. 사랑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하비 박사의 다짐으로 탄생한 감정 로봇 데이비드는, 자신을 입양한 엄마 모니카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받는 길은 오로지 인간이 되는 것밖에 없다고 믿은 채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죠. 지금으로부터 약 19년 전에 만든 영화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도가 돼서야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Big Data,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Deep Learning, 수많은 데이터를 분류해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의 자료처리 기술)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기술, 자동차, 가전뿐만 아니라 식품 산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어디까지 기술 개발이 되었는지 살펴보고, 과연 기술이 발전을 해도 영화 [A.I.]의 데이비드처럼 사람의 손맛을 다시 찾게 될지 생각해봅니다.

 
 

‘알아서 척척’ 사육부터 요리, 서빙까지

 

알아서 척척 그릇을 세척하는 식기세척기

 

인공 지능이라는 말 자체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요리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를 설정해주는 오븐부터 그릇의 종류를 확인하고 세척 강도를 조절하는 식기세척기, 재료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오늘의 요리를 추천해주는 냉장고 등 알아서 ‘알아서 척척’ 해내는 가전제품들이 AI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전제품들입니다. 일반적인 기계가 ‘척척’ 해낸다면 AI 로봇은 ‘알아서 척척’ 해낸다는 겁니다. 미국의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수비 키친 로봇 (Suvie: Kitchen Robot)은 주문한 음식 재료를 일정 시간 보관한 뒤 자동으로 음식을 조리해주는데 삶고, 굽고, 찌는 등 여러 조리과정을 동시에 진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바리스타 로봇이 드립 커피를 내려주고, 두 개의 로봇 팔로 치킨 반죽을 만들고, 170도에서 치킨을 튀겨내는 로봇 치킨도 찾을 수 있습니다. 식당에 가면 사람 대신 로봇이 무거운 그릇을 들고, 손님이 지정한 자리로 음식을 서빙해주기도 합니다.

 

새우 양식에도 사용되는 AI 기술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자랑하는 베트남과 태국의 농-어업 환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대표 수산 식품 회사는 깊은 사발 모양의 새우 탱크를 만드는데, 물이 탱크 주변을 돌며 새우를 씻어내고, 새우의 노폐물은 탱크의 바닥에 모여서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이 회사는 50개국이 넘는 국가에 약 6만 5천 톤을 수출하며 높은 영업 이익을 내고 있고, 관계자에 따르면 물때나 찌꺼기가 쉬이 남는 재래식 탱크보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증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상품의 품질도 올라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태국 최대 식품그룹은 AI로 운영되는 돼지 농장의 문을 열었습니다. 덜 먹거나 더 먹는 돼지를 관찰하고, 돼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사료를 줍니다. 주문, 요리, 서빙은 물론 우리의 식재료가 되는 가축이나 동물을 기르는 데까지 사람이 하던 일을 AI 기술이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AI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 산업에도 활용되는 AI 기술

 

어떻게 보면 AI 기술은 식품 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기술 없이도 인류는 잘 살아왔고, 풍부한 식재료와 식문화를 즐기며 향유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거대한 규모의 비용을 투자하며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는 것일까요?

 

AI기술로 얻은 생활의 여유

 

첫 번째 이유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해결책’ 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의 재료가 되는 농축산물은 유난히 사람의 손이 많이 갑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끌어온 뒤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준 뒤 사람이 입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위생적으로 전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농어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며 농촌은 고령화가 되고, 일할 사람이 부족해 불균형의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잘 살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설득해 농촌에 내려가 농업에 매진하라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어르신들에게 패스트푸드점에서 미소를 지으며 서비스업을 하라고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과거에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살아왔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없으면 있도록 만들고, 있으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솔루션의 기본은 일의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서, 단순화시키고, 반복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 시스템이 발전해 AI 로봇이 되는 것이지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인간은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며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로봇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

 

두 번째 이유는 ‘불완전한 인간의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언제든지 귀찮을 수 있고, 헷갈릴 수도 있고, 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일을 하다가 일이 지체되기도 하고,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가령 사육사는 살이 찐 돼지에게 소량의 사료만 주면 되는데, 귀찮아서 다른 돼지에게 주는 양과 똑같이 준다면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인간은 판단도 할 수 있어서 사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동물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I 로봇은 한번 세팅을 해두면, 계획했던 대로 행하기 때문에 소위 말해 ‘배신’을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생산이나 제조를 하는 과정에서 로봇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며 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습니다.

 
 

AI 기술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따뜻한 정과 인심

 

하지만 인공지능의 응용 과정에서 생기는 ‘정(情)’ 이나 ‘인심’ ‘배려’ ‘사랑’과 같은 인간의 감정은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분석이 가능한 인간의 신체나 행동, 움직임 등은 단계별 공정으로 나누어 AI 기술로 개선될 수 있지만, 심리나 정서는 공정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추억을 바탕으로 맛을 평가하고, 이성과 감성의 반작용으로 감정을 느끼게 되며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엄마가 해준 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지만 집집마다 그 맛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이유입니다. AI 기술은 우리의 몸을 편하게 해줄 수는 있겠지만 마음은 편하게 해줄 수 없기 기술이 발전을 해도 우리는 영화 [A.I.]의 데이비드처럼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편리함과 평온함, 그 중간에 서서 생각해봅니다.

 

김유경작가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