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들리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화려한 오너먼트로 장식되어있는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슴이 설레곤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거리는 조용하고, 하얀 눈보다 하얀 마스크가 보입니다. 조금은 우울한 크리스마스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올해만큼은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캐빈처럼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나 홀로 집’에 2편에서 캐빈이 뉴욕의 한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주문하고, 침대에서 TV를 보며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포털사이트에서 다시 재조명된 적이 있었는데요, 커스터드 플랑(Custard Flan), 딸기 타르트(Strawberry Tart), 페이스트리 카트와 아이스크림까지 즐기니 967달러, 한화로 약 100만 원에 해당하는 음식들을 즐긴 것이죠. 괜찮습니다. 크리스마스니까요. 2020년 마지막 푸드컬럼의 주제는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크리스마스 음식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즐겨 먹는 크리스마스 음식, 로스트 터키

 

크리스마스에 가장 많이 즐겨먹는 음식, 로스트 터키

 

크리스마스에 가장 많이 소진되는 식재료 중 하나는 칠면조입니다. 일명 로스트 터키(Roast Turkey)라고 불리는 요리는 칠면조 한 마리를 통째로 오븐에 구워 만드는데, 미국, 캐나다와 같은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즐겨 먹는 크리스마스 대표 음식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칠면조일까요? 칠면조가 인간의 식탁 위에 최초로 올라온 때는 1520년대 영국에서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야생 돼지의 머리나 거위, 공작들을 먹어왔는데 영국 헨리 8세가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칠면조를 먹기 시작하면서 유행이 시작되었죠. 칠면조는 우유를 위해 사육하는 소나, 달걀을 위해 사육하는 닭과 다르게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었고, 사육하기도 쉬운데 크기까지 커서 칠면조 한 마리 만으로 온 가족이 함께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칠면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칠면조를 기르는 농장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1615년부터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크리스마스에 즐겨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 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에도 즐겨 먹는데, 아무래도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은 혼자가 아닌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칠면조 한 마리는 식탁을 빛나게 해주고, 하나만 만들어도 여러사람이 먹을 수 있어 나눠 먹기 용이한 음식이기 때문에 사랑받는 식재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상조차 안 되는 이색적인 세계 크리스마스 음식들

 

러시아의 크리스마스 음식 슈바

 

이번엔 조금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음식을 살펴보겠습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서는 소, 돼지보다 양이 더 귀합니다. 그것도 양의 머리가 말이죠. 스말라호베(Smalahove)라고 부르는 이 요리는 ‘양의 머리’라는 뜻으로 보통 뇌는 제거하고, 피부를 토치로 살짝 구운 뒤에 염장 또는 훈연을 한 뒤, 건조해 약 3시간 가까이 야채와 함께 푹 삶거나 쪄서 먹습니다. 머리가 통째로 식탁에 위에 올라와서 처음 보는 사람은 경악을 할 수도 있지만, 한번 맛보면 소, 돼지는 잊힐 만큼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보통 감자와 순무 요리와 함께 먹고, 오크통에 숙성한 술 아쿠아빗(aquavit)과 도수가 높은 맥주를 곁들입니다. 비선호 부위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빈민가에서 살던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이지만, 맛 자체가 너무나 훌륭해 현재는 재산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크리스마스에 먹는 보통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린란드에서는 고래 껍질을, 아프리카에서는 애벌레 튀김을,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모피를 입은 청어’라는 요리를 먹습니다. 러시아 말로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축약: 슈바 Shuba)’ 라고 하는데, 소금에 절인 청어와 삶은 감자, 보라색 비트, 주황색 당근, 노란색 달걀, 붉은색의 신선한 사과를 다진 뒤에 사워크림과 함께 층층이 쌓아 만든 요리입니다.

 

러시아는 너무나 춥기 때문에 생선 청어도 추울 테니 옷을 입혀주자는 의도로 다양한 색깔의 야채들을 켜켜이 쌓아 올리며 생겨났다고 합니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요리라 크리스마스나 새해와 같은 특별한 날에만 만들어 먹고, 도수가 아주 높은 보드카나 샴페인과 즐겨 먹는 풍습이 있고요.

 
 

연말을 더욱더 의미 있고,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빵

 

독일의 크리스마스 디저트 스톨렌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디저트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독일에서는 바이낙흐츠간스(Whihnachtsgans)라고 불리는 거위요리와 스톨렌을 즐겨 먹습니다. 특히 스톨렌은 말린 과일과 견과류,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든 큼지막한 빵인데, 하얀색 슈가 파우더를 뿌려 마치 아기 예수가 요람에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더욱 큰 의미가 있는 빵입니다.

 

빵의 밀도도 높고 달달한 편이라 한 번에 먹지 않고, 조금씩 잘라먹어야 하는데 실제로 독일에서는 11월 말이 되면 거의 모든 베이커리에서 슈톨렌을 판매하기 시작하고, 12월 초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한 조각씩 잘라서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보존력이 높아 최대 3개월까지 상온에 보관할 수 있어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기다리며 먹는 설렘이 있는 빵입니다.

 

이탈리아로 가보겠습니다. 겨울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봉긋하게 솟아있는 큼지막한 빵, 파네토네(Panettone)를 먹습니다. 파네토네는 ‘큰 빵 한 덩어리’라는 뜻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원한 스위트 브레드 중 한 종류로 현재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겨울 빵이 되었습니다.

 

파네토네는 쉽게 말하면 과일 빵인데, 건포도, 살구, 크랜베리, 감귤 껍질과 같은 건과일을 설탕에 절여 달콤한 맛을 냅니다. 특히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재료는 건포도로, 건포도는 모양이 마치 금은보화를 연상시켜 부, 행운, 소원성취를 의미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더욱 깊은 의미를 더하는 재료입니다.

 

프랑스의 성탄절 디저트 부쉬드 노엘

 

옆 나라 프랑스는 어떨까요?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테이블에서는 부쉬드 노엘(Buche de Noel)이라는 케이크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부쉬드’는 통나무라는 뜻이고, ‘노엘’은 성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쉬드 노엘 케이크는 통나무가 누워있는 것처럼 겉면을 초콜릿으로 거칠게 마무리하고, 속은 포근포근한 빵과 생크림을 채워 달콤한 맛을 자랑합니다. 통나무는 땔감을 의미하는데 한 해 동안 있었던 불운을 땔감과 함께 태워버리고, 새로운 행운을 기원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움이 많았던 2020년의 어두운 기억들이 크리스마스 빵을 먹으며 사라지고, 달콤한 희망만 차오르는 2021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유경작가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