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터넷 방송)’이라는 개념이 등장한지도 수 년이 지났습니다. 지상파, 종편은 물론이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봐도 온통 먹는 이야기뿐입니다. 혹자는 지나치게 많은 먹거리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을 두고 ‘푸드 포르노’라는 맹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이러한 콘텐츠의 양산은 먹거리 산업의 성장과 관심의 증가와 맞물려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전 세계 자동차시장 규모가 600조 원, 반도체시장이 400조 원입니다. 이에 비해 식품산업의 규모는 7,000조에 육박합니다. 국가 기간산업이나 B2B기업에 비해 식품산업의 규모가 작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렇게 빗나갑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먹거리’와 ‘먹는 일’을 덤덤하게 받아들이지만, 이것이 산업이 되면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입니다. 식품산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매년 높아지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2019년에도 식품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과 신문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올해에는 어떤 식품 트렌드가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지 함께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첨단 기술•데이터와 만난 식품산업
최근 신조어 중 ‘TMI(Too Much Information, 지나치게 많은 정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어휘의 사용처는 따로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에 대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방대한 데이터의 세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정보의 홍수’라는 용어가 사용 된지도 40~50년이 넘었지요. 이처럼 너무 많은 데이터가 마치 쓸모 없는 것인 양 받아들여졌던 때도 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자산인 시대입니다.
특히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경우, 누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유했는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됩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보유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새, 식품산업에도 첨단 기술이나 빅데이터를 접목시킨 브랜드와 사업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먼저, 스마트팜(Smart farm, ICT를 농업에 접목해 원으로 작물이나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 및 관리하는 농업분야)의 증가입니다. 작물을 기르는데, 데이터가 왜 필요할까 싶지만 스마트팜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적당한 환경에서 물만 주면 알아서 잘 자라는 상추나 양배추를 재배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변수와 시행착오, 외부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그래야만 가장 적은 비용으로 만족할만한 수확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스마트팜이라면 높은 임대료, 전기료, 인건비를 감안할 때 최적의 데이터 값이 있어야만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서브스크립션서비스(식품 구독)인 마켓컬리, 소셜커머스 쿠팡의 새벽(샛별) 배송도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분야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정확한 배송을 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물류 체계를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비자가 편리해지는데 반해 관련 종사자들의 피로도는 다소 높아질 수 있기에, 이러한 측면에 대한 고민과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만 관련 산업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구를 살리는 대체식량
실리콘밸리 기업의 억만장자 창업자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버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임파서블 버거(Impossible burgers)’일까요? 처음에는 얼마나 좋은 고기를 사용한 것이길래 이런 이름을 지은 것일까 의아했는데, 오히려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버거’이기에 가치가 높은 브랜드였습니다.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이러한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버거가 각광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좀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미래 식량이라고 불리는 대체 음식들을 자주 접하게 될 전망입니다.
최근 대체 식량의 핵심 요소가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생활 방식)’와 ‘프리 사이클링(Pre-recycling, 미리 재활용한다는 신조어)’입니다. 말 그대로 음식 폐기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만들기 전부터 미리 미리 자원을 아끼겠다는 것이죠.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바로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는 도시화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인데, 여기에 육류 소비 증가까지 겹치면서 지구 환경 파괴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육류 소비와 음식물 쓰레기의 증가뿐만 아니라 소와 돼지를 길러내기 위해 더 광활한 숲과 목초지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겠죠. 그래서 육류를 대체할 식량 개발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참고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 산다고 합니다) 식품에 ‘미래’, ‘대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고 해서 영화 <설국열차>에 등장한 양갱을 떠올릴 필요는 없으니 너무 걱정 말고 변화의 물결을 경험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안전한 식품
식품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봤거나 익숙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GMO가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자세히는 몰라도 GMO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어딘가 불안감을 담고 있습니다.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죠. 그 만큼 우리는 ‘안전한 식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식품과학협회(Institute of Food Technologists)가 발간한 ‘식품 트렌드 10선’을 보면 ‘안전한 식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엿보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냉동식품, 간편식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먹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존재하며, ‘안전한 식품’에 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겠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현 ‘2019년 집중 추진과제’에도 식품 안정성 확보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굵직한 과제들만 보더라도 ‘온라인 건강 안심 프로젝트 추진’, ‘식품안전인증제도(HACCP) 전면 개편’, ‘사물인터넷 기술 활용 점검시스템 도입’, ‘수입식품 안전관리 강화’, ‘농축수산물 유통길목 안전관리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안전한 식품’은 당연한 가치이므로 트렌드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실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강조해야 할 정도의 중요한 경향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해 국내 식품업계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사람들은 어떤 먹거리를 찾아 나설까요? 우리가 식품 트렌드를 이해하고 전망해야 하는 까닭은 어쩌면 이런 것 때문입니다.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