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서울, 너도 그렇다.”
저는 서울시민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늘 서울을 여행합니다. 세계 여러 도시를 다녀 봐도 서울처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날마다 새로운 표정을 짓는 곳을 만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진짜 매력은 골목 안에 있다고 했던가요? 반듯하게 각 잡고 서있는 고층빌딩 너머 얼기설기 얽혀있는 골목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1. 트렌디한 힙스터의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 세로수길’
가로수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연예인을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신사역 8번 출구 근처부터 신사동 주민센터까지 2차선 길을 따라 가로수길이 이어집니다. 외관부터 독특한 플래그십 스토어와 각종 브랜드 쇼핑스폿이 가득합니다. 사실 가로수길은 10년 전만해도 소규모 디자이너 숍과 갤러리, 아기자기한 옷가게가 주를 이뤘지만, 2000년대 이후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임대료가 오르자 상점들은 하나둘씩 주변 골목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가로수길 양옆 골목을 따라 이어진 길을 ‘세로수길’이라고 하는데요. 세로수길에는 빌라나 연립 등을 개조해 만든 상점이 많습니다. 서점과 문구점이 있는 ‘타스크 북숍,’ 다양한 핸드백을 전시하는 ‘시몬느 핸드백박물관’ 등도 함께 들러볼 만 합니다.
최근 세로수길에 문을 연 ‘배스킨라빈스31스트릿’은 그래피티를 모티브로 한 콘셉트 스토어입니다. ‘샘바이펜(김세동)’과 배스킨라빈스31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예술, 패션, 음식 등이 조화를 이루는 뉴욕 스트릿 컬쳐를 구현했습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 메뉴 3종도 (캔 아이스크림 ‘싱글캔,’ 아이스크림 햄버거를 형상화한 ‘아이스크림 브리젤라’, 브라우니와 초코칩 쿠키를 맛볼 수 있는 ‘브루키 샌드’) 인기만점. 해피월을 통해 아이스크림 팡팡게임도 즐기고 해피포인트 적립도 할 수 있습니다.
배스킨라빈스31스트릿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1길 15
연락처 : 02-542-8613
2.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빈티지 플레이스 ‘성수동 수제화 거리’
성수동 골목길을 거닐면 마치 브루클린을 걷고 있는듯합니다. 오래된 벽돌집, 녹슨 철문, 낡은 건물이 어깨를 맞대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구두 장인들이 성수동에 터를 잡기 시작해 지금은 약 500여 개가 넘는 수제화 관련 업체가 모여 있습니다. 2호선 성수역에는 수제화 거리에 깃든 역사적인 이야기를 전시합니다. 내 발에 꼭 맞는 수제화 한 켤레를 맞춰 신어보는 것 또한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창고건물을 개조한 갤러리와 카페 탐방도 성수동 산책의 재미를 더합니다. 성수역에서 건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파란색 컨테이너 박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브랜드숍과 식음료점, 문화 공간으로 구성된 쇼핑몰입니다. 이처럼 성수동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섞여 있습니다.
3. 철길 따라 숲길 따라 걷는 길 ‘공릉동 경춘선 숲길’
춘천 가는 기차가 다녔던 길목. 이제 기차 대신 사람이 그 길을 걷습니다. 광운대역부터 공릉동을 지나 육사 삼거리까지 약 6km에 이르는 철길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었습니다. 경춘선 숲길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인 옛 화랑대역입니다. 비대칭형 박공지붕(책을 뒤집어 놓은 모양)을 얹은 모습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화랑대역 주변으로 증기기관차, 일본 트램, 체코 트램, 수여선 협궤열차, 황실 노면전차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철길을 따라 걸으며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볼 수 있어 연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최근 공트럴파크라 불리며 철길 주변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카페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4. 오감 만족 맛의 거리 ‘공덕 소담길’
이름마저 예쁜 공덕 소담길. 공덕역 4번 출구 고층 빌딩 숲에서 살짝 꺾여 들어간 골목에 아담한 식당이 여러 곳 모여 있습니다. 지난 4월, <백종원의 골목식당> 촬영 이후 부쩍 많은 사람들이 공덕 소담길을 찾고 있습니다. 낙지볶음, 김치찌개, 닭갈비, 생태탕, 쌀국수 등 메뉴도 다양합니다. 소담길 주변에 공덕동 족발 골목과 마포 전 골목도 있습니다. 저녁이면 일을 마친 직장인들이 북새통을 이룹니다.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러 든든하게 식사를 즐겨보세요. 정성이 깃든 음식과 정감 어린 서비스에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소담길에서 애오개역 방면으로 도보 600m 거리에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1958년에 지어진 행화탕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목욕탕 건물을 그대로 살려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예술목욕을 즐기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5. 추억이 깃든 오래된 골목 ‘창신동 봉제 거리’
‘드르륵 드르륵’ 창신동 골목길로 들어서니 미싱소리가 들려옵니다. 다세대 주택 1층마다 미싱사, 시다, 하청 모집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창신동은 1960년대 이후 봉제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아침에 원단이 들어가면 하루 만에 옷 한 벌이 뚝딱 완성됐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골목 시장을 지나 언덕길 끝자락까지 걸어가면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나옵니다. 창신동 봉제 거리의 역사를 전시하는 전시관입니다. 컴퓨터 자수, 바느질, 스템프 찍기 등 체험 활동도 진행됩니다. 창신동은 예술가 백남준이 1937년부터 1950년까지 성장기를 보냈던 동네이기도 합니다. 창신동 197번지에는 백남준 기념관이 있습니다. 아담한 한옥에 꾸며진 전시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창신동 봉제 골목부터 골목 시장을 거쳐 백남준 기념관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마다 다양한 풍경이 이어집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서울 곳곳의 골목길을 둘러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우리가 잘 몰랐던, 서울의 또 다른 얼굴들이 느껴지시나요?
이번 주말에는 서울의 골목길로 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글. 자유기고가 박은하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