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순이’, ‘빵덕후’ 이런 말을 들어보셨나요? 빵을 주식으로 드실만큼 좋아하는 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최근 빵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빵의 정확한 역사와 유래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신비한 푸드백과사전 3편, 이번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빵의 역사와 그 뒷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빵, 언제부터 먹었을까?


l 인류 농경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 빵

간편한 한 끼로, 든든한 간식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식, 빵. 빵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가장 유력한 시기는 인류가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넘어가던 BC 3000년경입니다. 밀 재배에 적합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효된 밀가루 반죽을 구우면 빵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l 19세기까지 유럽 문물이 가장 활발하게 오갔던 일본 나가사키 항의 모습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쓰는 ‘빵’이라는 말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아시나요? ‘빵’은 사실 순우리말이 아니라, 포르투갈어에 뿌리를 둔 외래어입니다. 18세기 일본에서는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먹던 빵, ‘팡데로'(Pão-de-ló, 빵의 포르투갈어)를 팡(パン)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조선에서 ‘서양떡’이라고 불리던 것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빵’이 되었다고 합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비한 푸드 백과사전 3편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빵들의 고향과 그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프랑스의 상징, 바게뜨와 크라상 그리고 깜빠뉴  


l 빵이 나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만큼 다양한 빵을 즐기는 프랑스

프랑스는 전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다양한 빵이 탄생한 곳입니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빵을 꼽으라면 단연 바게뜨가 아닐까 싶습니다.

‘라 바게뜨 드 팽'(La baguette de pain)을 줄여서 ‘막대기’라는 뜻을 가진 ‘바게뜨'(La baguette)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입니다. 탄생 시기나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바게뜨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사랑은 확실합니다. 프랑스 식품법은 밀가루, 소금, 물, 이스트 이외의 다른 재료가 들어갈 경우 바게뜨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1994년부터 매년 파리 최고의 바게뜨를 뽑는 ‘바게뜨 그랑프리’를 열 정도라고 하니, 대단한 애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l 파리크라상에서 판매 중인 ‘바게뜨’와 ‘크라상’

바게트와 함께 ‘프랑스’ 하면 떠올리는 빵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밀가루와 버터로 반죽을 빚어 켜켜이 층을 낸 페스츄리, 크라상(Croissant)입니다. ‘초승달’이라는 뜻의 이 빵은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빵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진짜 고향은 헝가리입니다. 16세기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전파된 후,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후 마리 앙투아네트에 의해 프랑스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바게뜨나 크라상에 비하면 인지도는 낮지만, 최근 식사용 빵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프랑스 빵이 있습니다. 장발장을 19년이나 감옥에 있게 한 빵, 바로 깜빠뉴 입니다.


l 파리크라상에서 판매 중인 ‘깜빠뉴’와 ‘호두, 건포도 깜빠뉴’

‘뺑 드 깜빠뉴'(Pain de Campagne), 흔히 깜빠뉴(Campagne)라 부르는 이 빵 역시 프랑스의 대표 전통빵 중 하나로, 주로 가난한 농민들이 식사용으로 먹었습니다. 깜빠뉴는 ‘사워 도우'(French Sourdough)라고도 합니다. 사워 도우란 천연 효모균을 통해 발표 과정을 거치는 빵을 말합니다. 보통 통밀 혹은 호밀 가루, 물, 소금, 천연 효모균으로 반죽을 만들어, 오랜 시간 자연적으로 저온 숙성을 시킵니다. 깜빠뉴는 정제하지 않은 통밀 혹은 호밀을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거친 식감과, 자연발효 특유의 시큼한 산미가 특징이며,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영국의 애프터눈티와 스콘


l 스콘의 고향, 영국 스코틀랜드

나른한 오후 티타임에 잘 어울리는 영국 빵 스콘. 이 빵 역시 언제 어디서 먹기 시작했다는 정확한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스코틀랜드에서 귀리와 버터밀크를 넣고 만든 ‘퀵브레드’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스콘에 대한 최초의 기록도 1513년 스코틀랜드 시인이 쓴 글이라고 하니 설득력이 높습니다. 다만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입니다. 이때부터 스콘은 애프터눈티 열풍과 함께 티타임의 구성 메뉴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l 파스쿠찌에서 판매중인 ‘크랜베리 스콘’과 ‘옥수수 스콘’

스콘의 종류는 크게 달콤(sweet)한 맛과 짭조름(savory)한 맛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스콘의 단맛과 짠맛은 아주 연하기 때문에 과일잼이나 크림 등 잘 어울리는 부재료를 첨가한다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영국에서는 바로 이 잼과 크림을 얹는 순서가 매우 심각한 토론 주제라고 합니다.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샌드위치 빵, 치아바타와 포카치아


l 다양한 음식과 함께 빵을 곁들여 먹는 이탈리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플랫브레드인 치아바타(Ciabatta)와 포카치아(Focaccia)는 샌드위치 빵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치아바타는 1980년대 즈음 주목받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전통빵입니다. 평평한 타원형 형태로 잘라서 먹기 때문에 ‘슬리퍼 빵'(Slipper bread)이라 불립니다. 반죽은 통밀가루, 맥아, 물, 소금 등의 천연 재료로만 만들어 담백한 맛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치아바타는 전직 카레이서인 아르날도 카발라리(Arnaldo Carvallari)가 프랑스 바게뜨에 맞서 이탈리아 빵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빵이기도 합니다. 카발라리는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전 세계 다섯 대륙을 돌며 제품 시연과 트레이드 쇼(trade show)를 개최하는 등 ‘치아바타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치아바타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습니다. 


l 치아바타를 이용한 파리바게뜨의 ‘시저 치킨 치아바타’와 포카치아를 이용한 파스쿠찌의 ‘파니니 클래식’

포카치아는 치아바타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전통 빵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오븐이 발명되기도 전에 탄생한 포카치아가 훨씬 오래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빵 중 하나로, 최초의 포카치아는 밀가루, 물, 소금으로 만든, 부풀리지 않은 플랫브레드였다고 합니다. 포카치아라는 이름은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판판한 돌 위에 반죽을 놓고 누른 뒤, 뜨거운 재에 묻어 구웠기 때문에 라틴어로 ‘파니스 포카치우스(panis focacius)’, ‘화덕 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새롭게 태어난 빵, 안팡


l 외국에서 전해진 빵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일본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빵 중 하나인 안팡(あんパン)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빵이기도 합니다. 안팡, 우리말로 단팥빵으로 부르는 이 빵은 1874년 이바라키현 출신의 기무라 부자가 판매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무라는 효모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효모 대신 술누룩을 이용하는 방식을 고안하였는데, 술 누룩의 발효력이 약하다보니 발효 시간과 설탕량을 늘리는 방식을 대안으로 택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화과자처럼 반죽은 달고, 안에는 팥이 들어간 단팥빵입니다.  


l 파리바게뜨 단팥빵

단팥빵은 금새 유명해져서 하루에 15,000개 가량이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고, 지금까지 일본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빵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는 서양의 빵과 일본의 팥소를 결합한 새로운 음식이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부터 전해진 서양식 빵에 익숙하지 않던 일본인이 빵과 친숙해지고, 향후 다양한 종류의 일본식 빵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빵의 대중화를 불러온 상미당


l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빵의 시대를 맞이한 한국

우리나라에 빵의 시대가 열린 것은 192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이지만 본격적으로 빵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것은 한국전쟁 이후입니다. 1959년 우리 회사의 전신인 상미당(賞美堂)은 서울 용산 지역에 빵과 함께 비스킷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웁니다. 그리고, 1963년 여러 기술을 연구한 끝에 최초의 봉지빵인 ‘크림빵’을 출시하게 됩니다. 쫄깃한 빵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이 어우러진 크림빵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추억의 빵’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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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넘도록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빵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겨울철 국민 간식의 대명사 ‘삼립호빵’ 입니다. ‘삼립호빵’은 하얗고 부드러운 빵에 달콤한 팥소가 가득 들어가있어, 단숨에 겨울철 인기 간식으로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단팥 호빵 한 종류뿐이었으나 야채, 김치 등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서 지금까지 변함없는 인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국내 최초 호빵은 지난 2015년 창립 70주년 당시 누적 판매량이 57억 개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는 다양한 빵들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러한 가지각색의 빵을 직접 맛보실 차례입니다. 지금 바로 SPC그룹의 브랜드를 방문하여 빵들이 가진 진짜 매력을 경험해보세요!

 

[참고도서]
오카다 데쓰, 『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 근대사』, 서울: 뿌리와 이파리(2006)
윌리엄 루벨, 『빵의 지구사』, 이인선 옮김,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2015)
조경규, 『오무라이스 잼잼』, 고모부의 바게트 편
판토타마네기, 『오이시이 빵』, 황세정 옮김, 시그마북스,(2016)
프랜시스 케이스,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 박누리 옮김, 마로니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