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는 물고기부터 철학자까지 모두 형제 관계고 영혼은 이 형태들 간에 이동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언어’에 있는데, 동물은 외면의 언어, 즉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만 하지 못할 뿐이지 내면의 언어(생각, 판단)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피타고라스 학교에서는 고기를 먹는 것과 동물을 사냥하고, 가죽이나 털로 만든 옷은 절대 금기였습니다. 육식을 금하는 플라톤은 바른 정치는 채식 생활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고, 소크라테스는 고기는 육체의 정욕을 만들고, 정욕은 재물을 원하게 되며, 재물을 사랑함으로써 전쟁이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쾌락과 욕망, 지배욕이 있는 도시는 돼지에게나 적합할 뿐이지 지혜를 사랑하는 아테네인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그 외에 석가모니, 레오나르도 다빈치, 뉴턴, 간디 등 인류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지도자가 채식을 해왔습니다.

 
 

베지테리언(Vegetarian)과 비건(Vegan)에 대한 오해

 

페르시아 왕실에서 즐겨 먹었던 비르야니

 

먼저 어떤 단어에 ‘~주의자(主義者)’라는 말이 붙으면, 극단적인 소수들의 주장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이기주의자, 개인주의자, 백인 우월주의자처럼요. 그래서 “전 채식주의자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 저 사람은 고집이 있구나. 나랑 밥을 같이 먹기 힘들겠군’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 뭄바이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인도는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영향으로 고기 요리를 먹을 기회가 전혀 없을 줄 알았습니다. 먹어봤자 탄두리 치킨이나 양고기, 커리, 난 정도만 있는 줄 알았지요. 하지만 이게 웬걸, 현지에 가니 ‘Vegetarian’이라는 표시가 적혀진 식당을 제외하고는 어디든지 고기 요리가 있었고, 심지어 맛도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무통 비르야니(Mutton Biryani)’ 라는 메뉴였는데, 비르야니는 고대 페르시아 왕실에서 즐겨 먹었던 인도 쌀 요리입니다. 양고기를 넣으면 ‘무통 비르야니’, 소고기를 넣으면 ‘비프 비르야니’인데 살살 녹는 것이 정말 맛있어서 물어보니 인도의 왕실에서는 고기를 즐겨 먹어서 고기 요리가 발전했다고 하더군요. 인도는 채식주의자들의 나라인 줄 알았는데 잠시 오해를 했던 것 같습니다.

 

베지테리언과 비건

 

두 번째 오해는 베지테리언과 비건이 같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죠? 먼저 어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은 1839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고안되었습니다. 채소를 뜻하는 ‘Vegetable’과 사람을 뜻하는 ‘-arian’이 합쳐서 ‘Vegetarian’이 되었는데, 여기서 ‘Veget’은 라틴어 ‘Vegetus’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Vegetus는 원기 왕성한(Vigorous), 정력적인(Energetic), 생기가 넘치는(Lively)를 뜻하는 말로 채소를 먹으면 원기 왕성해지고, 정력적으로 변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편 고기뿐만 아니라 계란과 우유도 먹지 않는다는 의미의 ‘Vegan’은 1944년 영국의 도널드 왓슨(Donald Watson)에 의해 제안되었는데요. 지금은 그 의미가 더 확장돼 가죽, 모피, 동물의 체액이나 피부 등을 넣어 만든 화장품 등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동물이 활용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요약하자면, 베지테리언은 고기를 제외한 활력식, 생명식, 역동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뜻하고, 비건은 고기뿐만 아니라 고기에서 생성되는 그 어떤 것도 활용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소박한 메뉴들로 구성된 샐러드 뷔페

 

샐러드 뷔페를 가자고 하면 ‘풀때기만 먹고 어떻게 살아?’ 하고 우스갯소리로 반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채식한다는 뜻은 ‘채소’만 먹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통곡류, 콩류, 견과류, 채소류, 해조류, 과일류 등을 골고루 먹는 것이며, 중국에서는 채식을 소박한 식사라는 뜻의 ‘소식(素食)을 한다’라고 사용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심어서 기르는 풀이라는 의미로 채식(菜食)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샐러드 뷔페에 가면 채소도 있지만, 병아리콩 샐러드, 두부, 해초 무침, 꿀을 뿌린 와플, 치즈 등 육류가 없는 소박한 메뉴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를 시작으로 ‘I’m Vegan!’ 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비건은 유제품뿐만 아니라 동물의 알과 벌꿀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고, 동물에게 인간이 가하는 모든 형태의 착취와 학대도 거부합니다. 최근 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에서는 파인애플 잎의 섬유나 녹조류, 오렌지 섬유 등을 개발해 지속가능한 패션 라인업을 출시했으며, 꿀, 달팽이 점액, 콜라겐 등 동물성 원료를 일절 넣지 않는 화장품,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뷰티 브랜드들도 다 ‘비거니즘(Veganism)’ 실천의 일환입니다.

 
 

커지는 비건 시장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

 

한국 시장에도 불고 있는 비건 바람

 

송도 글로벌 캠퍼스에 가면 뉴욕 주립대(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조지 메이슨대(George Mason), 유타대(Utah), 벨기에 겐트대(Ghent)의 확장형 캠퍼스가 있습니다. 교육 과정과 졸업장은 본교와 동일하고, 그 나라에 있는 외국인 교수님들이 직접 한국에 와서 영어로 강의를 합니다. 그런데 그 교수님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식단’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베지테리언이나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베지테리언’이나 ‘비건’ 메뉴를 따로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심지어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두렵기만 하다고 합니다. 미국, 호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서양인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다는 것이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한남동이나 청담동, 도산공원 같은 하이엔드(High-End) 상권에 있는 레스토랑은 메뉴판에 원재료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베지테리언과 비건을 위한 특별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건 화장품, 비건 빵, 비건 라면, 비건 식당 등이 생겨나면서 한국에도 잔잔한 비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든 윤리적인 이유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이유든 비건 인구는 앞으로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을 것입니다. 다가올 비건 시장에 대비해 미리미리 비건 라인업을 개발해 둔다면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김유경작가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