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식음료 업계에 다양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긴다는 뜻의 ‘뉴트로(Newtro)’ 열풍은 더욱더 거세졌고, 레스토랑의 경쟁자는 옆집이 아니라 길 건너 편의점이라고 할 만큼 편의점 간편식도 다양해졌습니다. 또, 공중파 방송을 훌쩍 뛰어넘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푸드 업계를 강타해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먹고 마시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올 2020년은 소비자가 트렌드를 만들기 시작하고 있어 보다 글로벌한 시각으로 푸드 트렌드의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취향의 세분화(Atomization)

 

취향의 세분화

다양해진 미디어 콘텐츠 채널로 달라진 정보를 얻는 방법

 

‘내가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언니가 이거 맛있다고 했어! 먹어보자!’ 미디어 콘텐츠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정보를 얻는 방법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와 같은 공중파 매체를 통해서 식음료 트렌드나 신제품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 현재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SNS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소비자들은 직접적인 정보를 취득합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아무 정보나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취향이 같은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를 팔로우하며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1인 마켓'(Cell Market)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제품을 구매합니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 최근에 식음료 분야까지로도 확장되어 소비자들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스타그래머'(Instagrammer, 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 등 신뢰하는 인플루언서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취득합니다.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소비자들은 각자의 취향을 더 확고히 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상품만을 구매할 것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식재료 교류(Inter-country Exchange of Ingredients)

 

국경을 넘나드는 식재료

더욱 더 활발해질 식문화의 교류

 

한국 사람은 고추장, 중국 사람은 마라, 일본 사람은 미소(일본식 된장)을 먹는다는 생각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한 일식당에는 명란을 넣어 만든 크림파스타에 한국의 김과 계란 노른자를 올려 까르보나라를 만들고, 또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인도의 마살라를 베이스로 한국 제철 생선요리의 맛을 내기도 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유명 미쉐린 레스토랑 에서는 아시아의 댕유자나 초귤, 루간 등의 시트러스 과일이나 꽈리고추처럼 생긴 페드론 페퍼 등 이국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다의 달콤한 풀이라는 뜻의 한국 감태(甘苔)는 미국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Benu’, 벨기에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L’air du temps’, 국내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밍글스(Mingles)’에서 다이닝의 재료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셰프들은 새로운 식재료의 발굴을 기뻐하며 자신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이국적인 식재료의 발견을 즐기는 것이 추세입니다. 고추장, 스리라차, 마살라 등 국경을 넘나드는 소스의 교류를 넘어 식재료의 교류, 식문화의 교류는 더욱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 손 간편식(One-Hand Meal)

 

한손간편식

점점 더 고도화된 아이디어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최근 식음료 회사

 

2019년은 간편식 시장의 전초전이라고 할 정도로 양과 질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셰프의 요리를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밀키트는 물론 유명 맛집의 음식을 파우치 형태로 판매하는 RTC(Ready-To-Cook), 편의점 도시락 등 상품군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만 부어서 먹는 사골액기스, 티백처럼 우려먹는 오뎅국물, 해동만 해서 먹는 캐나다 자연산 홍연어회 등 구입만 하면 장소 불문하고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것이 요즘입니다. ‘어디까지 떠먹여 줄까?’ 고민이라도 하는 것처럼 식음료 회사에서는 점점 더 고도화된 아이디어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호주의 한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는 ‘One-handed meal hack (의역: 손쉽게 한 손으로 식사하기)’ 이라고 하여 햄버거와 후렌치 후라이, 콜라가 모두 나오는 햄버거 세트를 한 손으로 먹는 방법을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햄버거 박스 가운데 구멍을 뚫어 빨대를 꽂은 뒤 왼쪽에는 (좌) 버거 (우) 감튀로 수평을 맞추어 간편하게 먹는 방법인데,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최대한 쉽고 간편하게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간파한 피드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릇을 따로 옮기는 과정 없이 포장을 뜯기만 하면 바로 먹거나, 깨물면 입안에서 슈크림이 터져 나오거나, 국밥이지만 숟가락이나 젓가락조차도 필요 없는 한끼 식사 제품이 지속해서 출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주 음식(Out of Earth)

 

우주음식

우주에서도 조리하기 간편한 음식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1962년 우주인 존 글렌(John Glen) 대령은 우주선 ‘프렌드십 7′(Friendship 7)에서 지구 궤도를 돌며 우주에서 첫 식사를 했습니다. 그가 먹은 아침 식사는 무엇일까요? 바로 알루미늄 튜브에서 짜 먹는 애플소스였습니다. 1972년부터는 와인과 아이스크림, 필라프를 먹을 수 있었고, 2007년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우주 라면’을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의 우주인들은 무엇을 먹고살까요?

 

2019년 11월 일본의 20개 식품회사에서 우주 음식 36가지를 출품하여 승인을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인 야키도리, 오니기리, 고등어구이 등이 승인을 받았고 심지어 LED 라이트를 이용해서 우주에서 딸기, 당근, 감자 등을 많은 물 없이도 재배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우주에서는 통조림과 튜브 음식, 꽁꽁 얼어있는 냉동 음식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된 것이죠. 여기서 재조명해봐야 할 것은 우주에서는 조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간편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음식들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간편식이 아닌 초간편식의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민간 우주여행 시대가 도래하면서 식음료 회사에서는 우주에서도 먹을 수 있는 초간편식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호기심이 많은 유튜버나 블로그 리뷰어를 시작으로 소비자들은 지상에서도 우주 음식을 즐기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Zero Waste Life)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방식,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말 그대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방식을 말합니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잉여자원들을 순환시켜서 낭비 없는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가르킵니다. 카페나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버려지는 포장지나 일회용품을 최소화하여 환경 문제없는 삶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공유주택이나 카쉐어링 등 다른 사람과 함께 소비하는 ‘공유 라이프’ 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과연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장을 보는 것이 가능할까요?

 

현재 국내 모든 대형 마트나 슈퍼에서는 일회용 비닐 봉투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제과점 등은 종이 봉투 유상 판매 등으로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업체에서는 물건을 사려면 장바구니뿐만 아니라 용기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포장된 물건이 없어 용기에 덜어 무게를 재고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포장이 없으니 쓰레기도 없고 장을 보면서 제로 웨이스트를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것이지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운동 또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할 수만 있다면 ‘착한 소비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일상 속에서의 작은 변화를 통해 이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서를 되찾고 환경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유경작가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