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는 요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친구 같은 발명품이 존재합니다. 도구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불을 쓰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식재료를 오래 보관하기도 어려웠는데요. 더욱 편리한 생활을 위한 노력은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제품을 탄생시켰습니다. 또한 기술의 혁신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식품 무역 시장이 활성화되는 촉진제 역할을 수행했는데요. 이달에는 식사 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음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발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그럼 함께 떠나볼까요?
서양에는 민주주의를 동양에는 다양성을, 포크와 젓가락
포크와 젓가락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식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의 이면에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서양 음식에서 포크를 쓴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10세기까지는 신분을 막론하고 손을 사용해 음식을 먹었지만 점차 귀족들 사이에서 포크가 우아한 식사의 상징으로써 널리 사용됐고, 프랑스 혁명을 거쳐 서민들의 일상에서 보편화됐습니다. 이때 포크의 모양이 2개의 갈고리 모양에서 3개의 창 모양으로 변형되는데요. 이는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한편 젓가락에는 동양의 식문화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손가락을 완벽하게 대신하는 도구로써 중국, 일본, 한국 등의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사용됐는데요. 중국에서는 큰 원탁에서 테이블을 돌려가며 사용하기 편리한 26cm의 길이로 기다랗게 발전했고, 일본에서는 우동이나 라멘 등 면 요리에서 적합한 짧고 가벼운 젓가락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에서 젓가락은 밥, 국 반찬으로 이루어진 반상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콩자반을 집거나 깻잎을 떼어내는 등 유려한 젓가락의 사용에서 한국의 문화적 상상력이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거리의 한계를 초월한, 냉장고
불의 발견으로 음식을 더욱 맛있게 조리하게 됐다면 냉장고의 발명은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해 시간과 거리의 한계를 초월하게 됐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얼음이나 지하 저장고를 이용해서 음식을 보관했는데요. 저장이나 운송에 제약이 있기에 기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가 한정됐을 뿐만 아니라 상하고 부패한 식품을 매개로 전염병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1862년 영국의 제임스 해리슨이 냉열 펌프 원리를 이용한 냉장고를 발명하면서 식품을 보다 위생적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됩니다. 냉장고는 내부에서 열을 흡수한 후 압축기로 압축하고 방출함으로써 내부를 차갑게 유지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적용한 발명품이었는데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냉장고의 발명은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으로 식품 무역에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세계 각지로 이동한 해산물이나 야채 과일 등 신선한 식재료를 계절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더 나아가 가정에서 더욱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냉동·냉장 레토르트 제품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음식을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즈음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얼음 정수 기능, 탄산수 제조 기능 등 다양한 기능까지 탑재되면서 라이프 스타일에 멋과 개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불 없이 음식을 익히는 조리의 혁명, 전자레인지
전자레인지가 초콜릿으로부터 발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1945년 어느 하루, 미국의 레이센컴퍼니 (Raytheon Company)에서 전자기파 기술 및 전자공학 분야 개발을 담당하던 전기공학자 퍼시 스펜서는 간식으로 먹으려던 주머니의 초콜릿이 마이크로파 실험을 할 때마다 흐물흐물 녹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불현듯 전자기파가 음식의 조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물과 음식을 가열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전자레인지 발명에 성공하게 됩니다.
전자레인지는 상품화가 이루어진 즉시 큰 인기를 얻으며 냉동식품과 즉석 조리 식품 시장을 폭발적으로 확장한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불을 가하지 않아도 빠르게 조리 할 수 있어 편리할 뿐 아니라 식품의 영양가도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전자레인지는 일반 가정부터 사무실, 식당, 편의점, 병원 등 우리의 생활 곳곳에 자리해 친근한 감정마저 불러일으키는데요.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피에 풍부한 향과 크레마를 더한, 에스프레소머신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오랜 커피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특히 밀라노는 에스프레소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커피에 관한 남다른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데요. 에스프레소 머신은 밀라노의 베제라와 파보니 두 사람에 의해 발명됐습니다. 커피 그라인더가 커피콩을 갈아 열 접촉 면적을 고르게 분산시키면 머신은 뜨거운 물과 고압 증기를 커피 가루에 통과시켜 진한 액체를 추출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압력과 온도, 시간 조절이 핵심이며 크레마와 풍부한 향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드립 위주의 커피 제조법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고압 추출로 인해 커피의 질감이 실크처럼 부드러워졌고 크레마라 불리는 베이지 톤의 미세한 거품을 형성해 커피의 풍미와 향기 등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이 기계는 세계적으로 커피와 카페 문화를 확산시킨 요인이 됐고, 에스프레소를 전문적으로 추출하는 바리스타가 전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커피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캡슐커피와 소형화된 에스프레소 머신이 등장해 집 안을 카페처럼 꾸미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솥밥에서 요리까지, 전기밥솥
1920년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명된 전기밥솥은 한국으로 전해져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1960년대 보온 기능의 탑재를 시작으로 1990년대에는 압력솥, 가마솥 밥 기능까지 추가돼 수많은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전기밥솥의 원리는 쌀과 물을 함께 넣은 후 조리를 시작해 바이오 메탈을 활용한 열 센서가 쌀과 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여 최적의 조리 온도와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간단하고도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전기밥솥의 시작은 일본이었으나 기술의 고급화를 이룬 것은 한국이었습니다. 흰쌀밥뿐만 아니라 현미밥, 잡곡밥, 보리밥, 찰밥 등 다양한 곡물을 이용하여 밥 짓기를 할 수 있고 죽이나 삼계탕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며 심지어는 홍삼을 만들 수 있도록 했으니까요. 최근에는 전기밥솥에 압력솥이나 가마솥 기능 등 밥맛을 더욱 좋게 만드는 기술을 도입하는 등 어느새 한국인의 밥맛을 그대로 구현하는 필수 도구가 됐는데요. 이렇게 발전을 거듭해 온 한국의 전기밥솥은 전 세계에 진출해 쌀 요리를 사랑하는 이들의 밥상에 혁신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기름 없이 공기로 튀겨내는 바삭함의 혁신, 에어프라이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다양하게 활용되는 가전을 꼽는다면 단연 에어프라이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에어프라이어는 마치 헤어드라이어처럼 열선 뒤에 팬이 달려있어 섭씨 200도가 넘는 고온 열풍이 내부를 빠르게 순환하면서 음식물을 가열하는 원리인데요. 2011년도에 네덜란드 가전업체 필립스에서 처음 개발했습니다. 당시에도 기능은 충분했지만 사이즈가 크고 40만 원대를 육박해 대중화에는 실패했는데요. 약 6년 정도가 지나자 소형화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고, 가격은 5만 원대까지 떨어져 일반 대중의 접근성이 향상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바삭하게 튀겨낸다는 아이디어는 건강을 추구하는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특히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일반 가정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최신 모델은 튀김뿐만 아니라 제빵, 스테이크, 야채구이까지 가능하며, 스팀 기능이 추가 된 제품은 다소 뻑뻑했던 식감도 보완해 전자레인지와 오븐의 장점을 모두 지닌 유일무이한 가전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음식을 더욱 맛있고 편리하게 즐기기 위해서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6가지의 도구들은 사람들의 삶의 질의 향상을 넘어 식문화의 변화까지 견인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AI 기술의 도입으로 스마트 조리, 음성인식, 레시피 추천, 신선도 관리 등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앞당겨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으로 디자인되어 훌륭한 인테리어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주방 제품의 기능이 얼마나 더 편리하게 발전할지 벌써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