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많은 전자제품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TV, 에어컨, 전자레인지, 밥솥, 에어프라이어는 정말 쉽게 결정 했지만 마지막까지 고민이 되었던 것은 바로 ‘냉장고’ 였습니다. 외부에서 노크를 똑똑하면 안에서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감응형 냉장고부터, 검색하면 보관중인 식자재의 종류와 유통기한을 확인해주는 스마트 냉장고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춘 냉장고들이 많았는데요. 저의 고민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350L 이상의 대용량 냉동고’가 있는 냉장고를 살 것인가, 아니면 ‘영하로 온도 변경을 할 수 있는 김치 냉장고를 따로 구입할 것인가’. 과거에는 냉동실에 마른 멸치, 고춧가루, 명절에 먹다 남은 생선,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만 보관했는데요. 이제는 냉동 볶음밥, 냉동 만두, 냉면 맛집의 냉면 육수, 해쉬브라운과 팬케이크 등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로 즉시 조리할 수 있는 간편식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게 냉동식품은 요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냉동고에서 꺼내먹는 콜리플라워, 완두콩, 감자

 

냉동식품은 어느덧 유통 시장의 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17년 오프라 윈프리의 콜리플라워 냉동 피자가 출시되면서 냉동식품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많아졌습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와 손을 잡고 ‘밀타임 스토리스(Mealtime Stories, LLC)’ 를 설립했는데요. 냉장 수프 4종, 매쉬드 포테이토, 파스타, 피자를 출시했습니다. 그중 콜리플라워 냉동피자가 소비자들로부터 파격적인 인기를 얻었는데요. 피자 본래의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하고, 크러스트 반죽의 3분의 1을 몸에 좋은 콜리플라워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냉동 콜리플라워, 냉동 완두콩, 냉동 감자 등 ‘냉동 채소’의 공급과 수요가 동반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에스닉 푸드(Ethnic Food)가 건강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태국, 베트남, 한국,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요리역시 냉동식품으로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비건’, ‘글루텐 프리’ 등 다양한 식단의 냉동식품에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건강’, ‘안전성’, ‘간편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엄 세대들로 인해 냉동식품은 미국 유통 시장의 큰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해동 후 재냉동시키지 마시오

 

냉동식품은 냉장고에서 먹을 만큼만 꺼내고 남은 음식은 바로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국제냉동협회가 권고하는 냉동식품의 바람직한 저장온도는 영하 18℃입니다. 어중간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영하 18℃는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화씨의 0℉에 해당합니다. 얼음은 0℃ 이하에서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얼음이 생기기 쉬운 온도는 따로 있는데요. 바로 영하 1℃에서부터 영하 7℃ 사이 입니다. 이를 ‘최대 얼음 결정 생성대’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온도가 되면 냉동식품 내부에 있는 수분의 대부분이 동결되어 부피가 팽창하고, 세포가 내부에서 파괴되어 맛은 물론 영양분도 파괴되어 버리고 마는데요. 그래서 이 구간을 뛰어넘어 급속으로 냉동 시키고, 문을 열고 닫아도 냉기를 빠르게 유지시켜줄 수 있는 ‘메탈 쿨링 시스템’을 갖춘 고급 냉동고가 인기입니다. 냉동식품을 조리할 때 냉동식품을 꺼내놓고, 물이 흐를 때까지 내버려 두게 되면 좋은 냉동고를 사둔 것이 말짱 도루묵이 돼버립니다. 냉동식품의 뒷면을 살펴보면 ‘해동 후 재냉동시키지 마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냉동식품은 냉동고에서 먹을 만큼만 꺼내 사용하고, 남은 것은 바로 냉동실에 다시 넣어 두어야 합니다.

 
 

대용량 냉동고는 뜨는 별, 주방세제는 지는 별

 

SPC삼립은 쿠팡과 함께 프레쉬 홈 델리 브랜드 ‘얌(YAAM!)’을 새롭게 런칭했다

 

최근 재미있는 통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가정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350L 이상의 대용량 냉동고를 갖춘 고급 냉장고의 매출은 증가하고, 수세미나 고무장갑, 주방세제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죠. 국내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주방 세제 매출이 작년 대비 10% 내외로 감소했는데요. 외식 빈도수가 늘어나 가정 간편식이 보편화되고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으면서 집에서 조리도구나 그릇을 씻을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면, 가정용 냉동고 매출은 증가했습니다. 냉동 야채, 냉동 만두, 냉동 볶음밥은 물론 홈 베이킹용 냉동생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냉동실에 보관해야 할 식품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온라인 식품 배송 시장과 포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냉동식품의 경우 온라인 채널을 통해 사는 것이 보편화되어 상당히 많은 음식들이 택배 상자에서 냉동실로 바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최근 SPC삼립은 이커머스 쿠팡과 협업해 홈 델리 브랜드 ‘얌 (YAAM!)’ 을 출시했는데요. ‘멕시칸 치킨 치아바타’나 ‘치폴레 피자 바게뜨’와 같은 ‘홈 델리’ 스타일의 냉동 제품 등을 새벽배송으로 받아 집에서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 브랜드입니다.

 
 

결국 저는 일반 냉장고와 냉동고로 변환 가능한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세컨드 냉장고로 선택했습니다. 일반 냉장고에는 밀폐 용기에 담아둔 반찬들과 신선한 야채, 과일, 우유, 물, 맥주 등을 보관하고, 김치 냉장고에는 냉동 만두, 냉동 볶음밥, 냉동 치즈스틱, 냉면 육수, 아이스크림 등을 가득 채워 놓았습니다. 말이 김치 냉장고지 편하게 요리해 먹고 살고 싶은 저의 욕망이 담겨있는 ‘욕망 냉장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유경작가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