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지만 그 시대에 향수를 느끼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나타내는 ‘아네모이아(Anemoia)’에 대해 아시나요? 2012년 미국의 시인 존 쾨닉의 책 ‘모호한 슬픔들의 사전(The Dictionary of Obscure Sorrows)’에 등장한 개념으로 이 용어는 ‘레트로’나 ‘뉴트로’와는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며, 특정 시대를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그 시절의 분위기와 문화에 대해 느끼는 감정, 즉 향수를 표현합니다.
아네모이아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복잡성을 잘 설명해 주기도 하는데요. 90년대 스타일의 패션 아이템이나 레트로 게임, 클래식 영화의 리메이크 등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아네모이아에 대해 알아볼까요?
아네모이아 vs 노스텔지어

아네모이아를 처음 등장시켰던 존 쾨닉은 아네모이아를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텔지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노스텔지어와 아네모이아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노스텔지어: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감정으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흔히 어린 시절이나 특정한 사건을 회상할 때 느끼는 감정.
.아네모이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감정으로 상상이나 문화적 이미지에 의해 형성된 마음. 예를 들어, 1960년대의 삶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 시대에 대한 동경을 느끼는 것.
즉, 노스텔지어는 개인의 과거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아네모이아는 경험하지 않은 과거에 대한 동경을 나타냅니다. 이런 차이는 아네모이아가 젊은 세대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이들은 과거의 문화와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시절의 감성을 느끼고 있죠.
겪지 않았지만 그리워지는 ‘그때 그 시절’

최근 뉴진스의 ‘버블검’ 뮤직비디오를 보면, 여름의 추억이 마치 내가 겪었던 것처럼 그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네모이아의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는데요. 뮤직비디오 속의 색감과 분위기, 그리고 그 시절의 감성이 젊은 세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이전 세대가 경험했던 감정을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최근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인 ‘화양연화’와 ‘중경삼림’의 리마스터링 버전이 개봉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들은 20세기 말 홍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시대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Z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Z세대는 영화 속 아름다운 장면과 감성적인 음악, 그리고 그 시절의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경험해 본 적 없는 과거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 시대와 Z세대 사이에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결국, 아네모이아는 단순한 향수의 감정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정서적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는 과거의 문화와 감성을 경험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데요. 과거의 음악, 패션, 영화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발견할 수 있게 되죠.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네모이아. 앞으로도 이러한 아네모이아의 감정이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해서 표현되고,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