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 중 하나는 단연 ‘커피’입니다. 2018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세계 6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커피 산업의 5가지 트렌드 변화와 전망’, 2019) 그만큼 커피를 마시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원산지나 로스팅 방법을 따지는 것은 물론, 모카 포트나 핸드 드립, 콜드브루 등 추출 방법을 달리하고 캡슐 커피, 인스턴트커피 등 간단하게 커피를 마실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이처럼 현대인은 취향에 맞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적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커피가 발효를 통해 더 맛있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커피의 향과 맛의 다양성을 한층 끌어올린 SPC그룹의 무산소 발효 커피를 소개해드립니다.
풍부한 향미를 자랑하는 발효 커피
‘무산소 발효 커피’는 지난 2014년 CoE(Cup of Excellence, 스페셜티 커피 옥션)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이후 2015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사사 세스틱(Sasa Sestic)이 탄산침용(Carbonic Maceration, 이산화탄소가 가득 채워진 상태에서 일어나는 발효 과정) 방식의 발효 커피를 선보이며 우승한 것을 계기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또한 2019년 국내 최초로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한 국내 한 바리스타가 젖산발효(Lactic Acid Fermentation)을 활용한 무산소 발효 커피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기존에 맛볼 수 없었던 발효 커피만의 향과 맛으로 고품질 커피를 즐겨 찾는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존 커피 체리 가공 과정 중에도 자연적인 발효는 발생합니다. 하지만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발효 환경을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커피에서의 발효는 커피 체리의 과즙을 자연 상태의 미생물들이 분해해 끈적한 커피 점액의 제거를 돕는 과정으로, 환경변화에 민감하며 기존 향미품질을 크게 증진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산소 발효 공법’은 와인 발효 방식에서 착안해 발효 과정에서 산소 유입을 막고 자연적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추가적으로 주입 조절하는 등 인위적으로 환경을 통제하여 만드는 방식입니다. 아울러 최소 36시간에서 길게는 300시간에 걸쳐 커피 발효 시간을 조절해 젖산 등의 다양한 유기산을 생성하거나, 자연 미생물 대신 새로운 효모와 유산균을 이용하여 기존 커피와는 다른 독특하고 다양한 향과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획기적인 공법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커피에 적용했을때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향미’입니다. 일반적으로 커피에 있어 향미는 맛과 향을 뜻하는데요. 무산소 발효 커피는 기존 커피에서 느낄 수 있었던 향미가 극대화되고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향미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번에 SPC그룹은 무산소 발효 커피를 개발하면서 커피의 맛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블렌딩 등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SPC그룹이 개발한 무산소 발효 커피
무산소 발효 커피 개발에 활용된 발효종은 SPC그룹 식품생명공학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연 효모와 유산균을 활용한 것입니다. 자연환경에서 효모와 유산균은 공생을 통해 상호 보완하는 사이인데요. 깔끔하고 기분 좋은 향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효모와 유산균의 배합 균형이나 발효 조건을 적절하게 맞추어야 합니다. SPC그룹의 발효 커피 개발진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해 발효 커피의 향미를 향상하는 최적의 배합비를 찾아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 자체 발효종을 이용해 무산소 발효 커피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기존 발효 커피 공정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동력, 별도의 시설이 필요해 생산량이 적고 가격대도 비싼 편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체 발효종을 통한 무산소 발효 커피 개발은 대량 생산 시에도 고유한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기존의 원료 및 경험 중심의 식품 제조 방식을 넘어 토종 미생물과 효모를 이용한 과학적인 커피 발효 기술 확립을 통해 커피의 품질과 향미를 상향 평준화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SPC그룹의 커피 발효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약 3년 전으로, 처음에는 생두(로스팅을 하지 않은 커피 열매)를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커피의 외관이 적합하지 않거나, 생두에 직접적인 발효를 통해 커피 맛은 연하면서 발효취가 강한 향미가 나타나는 시행착오가 있었고, 수확 직후의 커피 체리 가공 과정에서 발효하는 방식으로 개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커피가 재배되는 현지 농장을 반드시 방문해야 했지만,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SPC그룹은 이 과정에서 4년간 ‘다이렉트 트레이드(Direct Trade, 커피 생두를 산지에서 직거래하는 방식)’로 관계를 쌓아온 콜롬비아의 ‘엘 파라이소(El Paraiso)’ 농장과의 협업이라는 대안을 찾았습니다. 먼저 SPC그룹 식품생명공학연구소의 연구진이 국내에서 수확된 커피 체리를 확보하여 일차적으로 효모와 유산균의 배합 테스트 및 무산소 조건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엘 파라이소 농장에 발효종을 보내 실제로 발효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지속했는데요. 단순히 개발한 발효종과 생두를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와 국내의 환경 차이를 고려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수십 차례 이어진 끝에 풍부한 향미를 자랑하는 무산소 발효 커피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기존에 국내에서 접할 수 있었던 발효 커피는 커피 산지에서 무산소 발효 공정을 거친 원두를 수입하거나 이미 수입된 생두를 사용하여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전자의 경우 발현된 향미가 산지에서 결정된 것이라 국내 일반 소비자들에게 산미가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입된 생두를 재가공한 경우 신선도와 향미가 떨어지거나 자극적인 산미가 나기도 합니다.
반면 SPC그룹의 무산소 발효 커피는 자체 개발한 발효종을 산지에서 테스트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향미로 여러 번 시험하여 고소하고 달콤한 맛과 은은한 향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발효조건을 조절하였습니다. 특히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관능 평가를 시행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에 중점을 맞추었는데요.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로스팅 포인트를 도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선호하는 커피 애호가의 경우 발효 커피의 강렬한 향과 특유의 산미를 선호하는데 비해 일반 소비자는 발효 커피의 개성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SPC그룹의 발효 커피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적절히 조율해 밸런스를 맞추고자 했는데요. 발효 커피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SPC그룹의 브랜드 별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 포인트를 도출하기 위해 발효 시간이나 발효종의 배합비를 조절하는 등 공정 자체에 차이를 두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SPC그룹 커피개발실 연구진은 원두의 품질을 테스트하고 발효 커피가 실제로 출시될 브랜드와 어울리는지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가 세운 ‘수정된 SCA 커핑 프로토콜(Modified SCA Cupping Protocol)’에 따라 진행했습니다. 이 커핑(cupping, 커피의 향과 맛의 특성을 평가하는 행동) 절차는 기존 ‘SCA 커핑 프로토콜(SCA Cupping Protocol)’ 과정 중 교차오염을 통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고안된 과정인데요. 참가자에게 개인 스푼과 컵을 제공하고 도구를 입술 등에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행위를 금하며 슬러핑(slurping, 후루룩 소리를 내어 커피를 입에 분사시키는 과정)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2020년 3월 개정)
SPC그룹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무산소 발효 커피
이렇게 오랜 과정과 노력을 거쳐 출시된 SPC그룹의 무산소 발효 커피는 패션5 테라스와 파리바게뜨에서 먼저 맛볼 수 있습니다. 먼저 패션5 테라스에서 출시된 ‘콜롬비아 플뢰르 드 패션’은 라벤더, 얼그레이, 라임 등의 향미를 느낄 수 있는데요. 추출 방식 또한 커피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푸어 오버(pour-over, 분쇄된 원두가루에 물을 붓고 필터로 커피를 거르는 과정), 사이폰(siphon, 진공 여과 방식) 등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패션5 테라스의 주 고객들이 발효 커피 특유의 산미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산미의 톤은 낮추되 향미를 풍부하게 살린 것이 특징입니다.
파리바게뜨는 아메리카노, 라떼 등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음료를 제공하는 만큼 맛의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어 신규 블렌드를 출시했습니다. ‘카페 아다지오 시그니처 70’은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파푸아뉴기니산 원두를 70시간 동안 발효 블렌딩한 커피인데요. 담백한 빵이나 샐러드, 샌드위치 등과 함께 마셨을 경우 말린 과일, 꽃향기, 아몬드, 캐러멜 등의 다양한 향미를 자랑합니다.
SPC그룹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인 커피앳웍스도 무산소 발효 커피를 싱글 오리진으로 곧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번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크한 맛을 살려 서양배, 바닐라, 시나몬의 뉘앙스와 함께 소비자들이 기분 좋은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구운 카라멜, 헤이즐넛의 특징들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최적의 포인트를 찾아 곧 출시될 예정입니다.
SPC그룹 커피개발실 최준호 수석연구원 인터뷰
Q. 담당하고 계신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파리크라상 커피개발실 수석연구원 최준호입니다. 커피의 원료인 생두 연구와 품질 체크, 원두 관리, 그리고 새로운 블렌딩 개발 및 커피 연구 기획과 같은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무산소 발효 커피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발효 커피는 일반 커피와 비교했을 때 ‘향미’가 가장 다릅니다. 즉, 맛과 향기가 달라지는 것인데요. 이 중 ‘산미’의 경우 보통 식초의 자극적인 신맛을 떠올리기 쉬운데, 발효 커피의 경우는 요거트 처럼 상쾌하고 건강한, 여운이 오래 남는 산미에 가깝습니다. 또한 향미가 일반 커피 보다 많이 발현되기 때문에 향이 오래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과일 향이나 꽃 향은 좋은 커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징인데 이 부분 역시 극대화 했습니다.
Q. 김치나 요구르트 등의 일반 발효 식품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와인이나 요구르트, 치즈, 초콜릿도 발효를 거치는 식품인데요. 이 식품들의 공통점은 바로 식품 자체가 발효의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반면 커피에서의 발효는 생두 자체가 아니라 생두를 둘러싼 과육이 미생물 대사로 소진되는 과정에서 향미를 발현하는 전구체에 변화를 주는 과정입니다. 적절히 배합된 발효종과 최적의 시간 등의 환경에서 커피를 발효하여 로스팅하면 풍부하고 기분 좋은 향미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Q. SPC그룹이 커피 발효에 활용한 발효종을 소개해주세요.
이번 무산소 발효 커피 개발에는 토종 효모 1개 종과 토종 유산균 3종을 배합한 발효종을 활용했습니다. 이 미생물들은 누룩, 김치 등 우리나라 전통 발효 식품으로부터 분리한 식물 유래 발효종균인데요. 식물성 원료인 커피 생두를 발효하기에 매우 적합한 특성을 지닙니다. 아울러 우리 고유의 토종 미생물로 만든 발효종을 자원화하여 세계 발효 산업의 기준을 높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볼수 있습니다.
Q. 무산소 발효 커피의 성공적인 개발에 대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등 대외적인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기존 제품 개발과 동시에 발효 커피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모든 팀원이 최적의 향미를 끌어내기 위해 연구에 힘썼는데요. 우리 미생물을 활용한 무산소 발효 커피 개발이 기후변화로 인해 전세계 커피산지의 품질변화 이슈가 있는 이 시기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커피 업계에 큰 의의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SPC그룹 매장을 찾아주시는 소비자들께서 발효 커피의 기분 좋은 맛과 향을 느끼실 수 있게끔 노력했으니 많이 찾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SPC그룹에서 개발한 무산소 발효 커피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가까운 파리바게뜨 매장이나 패션5 테라스 매장을 방문해 기존 커피와는 보다 다른 차원의 향과 맛을 직접 맛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